[고뉴스 2005-10-11 21:18]

요즘 로미오형 남자주인공들은 그 옛날 줄리엣의 창문 밑에서 세레나데를 불러대던 질풍노도의 10대뿐만이 아니다. 순정파 로미오, 싸가지 로미오, 사춘기 계집애 같은 로미오, 돈 많은 로미오, 돈 없는 로미오. 고르는 재미가 있는 로미오의 유형들을 찾아보자.

혈통 좋고 외모도 굿! 백마 탄 왕자

과거 백마 탄 왕자님은 신데렐라를 구원했고, 백설공주를 살렸으며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깨우기도 했다. 외모, 배경, 성격, 머리,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왕자 중의 왕자. 대부분 왕자님은 여자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골치 아픈 고민거리, 이를테면 빚이나 집안문제, 남자문제, 게다가 마법까지 풀어지는 그야말로 만능맨.

세월은 흐르고 흘렀지만 백마 탄 왕자님은 도처에 존재한다. 왕자의 신분은 재벌 2세나 3세로, 외모는 시대적 기준에 걸맞게 때론 꽃미남, 때론 터프가이로 변해 왔다. 특히 살기 힘든 언니들을 많이도 구원해 여전히 ‘로미오’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요즘 ‘백마 탄 왕자님’의 조건은 돈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

속 깊은 싸가지남의 전형 마크 다아시

영국의 여류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남자주인공을 등장시켰다. 싸가지 없고 직설적인 말만 내뱉으며 여자를 돌보기 하듯 무시하는 남자, 마크 다아시. 처음엔 누구나 이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기 힘들 터. 그러나 모든 편견은 갈수록 해소되고 마크 다아시가 얼마나 멋지고 실속 있으며 열정적인 남자를 깨닫게 된다.

마크 다아시는 동명으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도 등장한다. 대체적으로 이 싸가지남은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분파되는데 약간의 사이코 기질이 엿보이는 ‘B형 남자친구’ 스타일과 무뚝뚝하고 거친 듯한 '신비주의' 스타일이 그 유형. 그러나 결론은 같다. 알고 보니 이 남자가 제일이더라, 식의 해피엔딩. 2000년대에 들어서 가장 각광 받는 로미오 유형이다.

키우는 보람이 있다! 온달 왕자

사람도 식물처럼 충분한 영양과 햇볕, 관심을 쏟아야 잘 자랄 수 있다. 평강공주의 선견지명은 바보 온달을 왕자의 신분에 올려놓고 시대의 명장으로 만들게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여자가 그 정도 노력을 했으니 남자가 감동하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사랑은 필수옵션이다. 사랑이 있었기에 다 가능했기 때문. 온달왕자의 유형들은 대부분 깊은 사랑을 뒤늦게야 깨닫곤 하는데 결론은 하나. " 여자만한 사람이 없었구나!"의 깨달음이다. 앞에서 설명한 싸가지남의 경우 처음부터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온달왕자들은 대부분 여자의 진가를 뒤늦게 알곤 한다. 과거의 온달들이 명예와 지위를 얻은 후에 여자의 사랑을 깨달았다면, 현대에 와서는 여자가 남자 하나 '사람 만든 후'에야 온달들이 깊은 사랑을 깨닫곤 한다. 요즘의 온달들은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 되는 것이 숙명이다.

못 생겨도 순정만큼은 최고! 노틀담의 꼽추

모든 로맨스가 잘 생기고 예쁜 것들만 주인공이 된다면 이 세상은 상당히 배아픈 곳이 될 터.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외모가 다는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못남을 인정하는 사람은 희생하는 사랑의 가치를 안다. 노틀담의 꼽추, 콰지모도는 사랑하는 에스메랄다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남자다. 하물며 자신의 목숨까지도. 비록 외모는 괴물이었지만, 그의 내면에는 그 어떤 미남에도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여자는 아름다운 남자의 외모에 눈이 멀지만, 마음의 눈을 다시 뜨게 하는 것은 남자의 순정이다. 희생적이며 진실한 사랑은 콩깍지를 씌워 옥동자를 원빈으로 변신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로맨틱한 괴물, 슈렉에게 박수를 보내고 순정파 평범남을 진정한 로미오로 인정하는 것이다.

가진 건 없어도 니가 원한다면! 불멸의 까치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 없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드는 남자. 오로지 인생의 목표는 그녀였으며 그녀를 위해 처절하게 삶의 고뇌를 짊어진 남자. 우리는 그를 까치라 부른다.

그는 거칠고 슬프며 고독한 로미오다. 그래서 그가 내뱉는 사랑의 말들은 절실하게 와 닿는다. 가난하고 거칠지만 그 어떤 부자보다도 더 당당하게 사랑을 말할 줄 아는 용감한 남자다. 터프한 남자가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다면 최고의 매력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까치 유형의 로미오는 여자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또한 무대포적인 사랑은 중독성이 강하다. 최근에는 아기자기한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남성적인 까치 유형의 주인공을 찾기 힘들지만 드라마 <부활>의 엄태웅이나 영화 <비트>의 정우성 같은 캐릭터는 변형된 까치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기사제공 : 여성포탈사이트 젝시인러브(www.xy.co.kr) / 임기양 기자
사진출처 : 영화 <로미오&줄리엣>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