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학물어(東京大學物語) (해적판제목:캠퍼스 러브스토리) - 에가와 타쯔야 작품


이 만화를 소개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국내에는 해적판으로만 나와 있는데, 그나마 내용이 무단 삭제에 왜곡, 그리고 엉뚱한 부분에서 끝나 있어서 (일본에서는 아직도 연재중입니다. 31권이 얼마전에 나왔지요) 한국 독자로서는 원래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도 음란물이라고 떠드는 이 나라에서, 노골적인 섹스씬 묘사나, 자위 장면이 많은 이 만화가 정식 수입될 것을 바라기는 무리일 터이니, 군데 군데 잘리고 덮어씌운 부분이 많은 해적판이나마 안보는 것 보다는 낫겠지요? 여하간 그렇게라도 봐야할 가치가 있는 만화니까요.

국내에는 고교 학원물은 많은 데 비해,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캠퍼스물은 드물지요. (생각만큼 대학생들이 만화를 잘 안보는 걸까요?) 이 만화 <동경대 이야기> (해적판 제목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캠퍼스 청춘물이자, 독특한 연출력과 세련된 그림으로 유명한 에가와 타츠야의 대표작입니다. 현재도 일본에서 '빅코믹 스피리츠'란 잡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화제작이구요. 일단 줄거리를 소개하겠습니다.

두 남녀가 있었습니다.

잘 생기고 운동감각도 탁월한데다 공부도 잘해서 동경대 ( 해적판에서는 서울대라고 나온다 ) 를 지망하고 있는, 심각한 왕자병 환자 강성민(해적판상의 이름. 본명은 무라카미) 예쁘고 착하고 운동신경도 좋지만 동경대 가기는 성적이 아슬아슬한, 무라카미를 사랑하는 여자, 임수희. (본명 미즈노) 둘은 교제중.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고교 학원물입니다.) 얽히고 설킨 삼각관계에, 동경대 입시라는 험난한 과제 속에 어이없게도 수희만 동경대에 입학하고, 강성민은 떨어집니다. 자존심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성민, 다른 대학에 입학해놓고 재수해서 다시 동경대 시험을 치려는 그는 수희에 대한 욕정과 엘리트 의식이란 허영심 속에 허우적거리고, 그런 강성민에게 섹시하고 계산빠른 여자 지연이 접근하고...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배려, 겸손함,(자신만 모를 뿐 수희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쭉쭉 빵빵이죠) 성실함과 독창성, 활기찬 생활태도로 늘 주변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수희가 벅찬 나머지, 성민은 급기야 수희를 차버립니다. 1년후 우여곡절 끝에 동경대생이 된 강성민. 뒤늦게 자신의 마음이 지연이 아니라 수희에게 있다는 걸 깨닫지만......

0.01초 단위의 연출이 압권!


캠퍼스물인데다가 장편이다보니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작가는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인간만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수희 같은 인간형과, 강성민같은 인간형. 동경대 신드롬은 강성민같은 인간들의 썩어빠진 허영심일 뿐이며, 그것이 얼마나 사회를 병들게 하고 우습게 만드는지,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보여줍니다. 강성민은 좋은 머리는 자기합리화에 밖에 쓸 줄 모르고, 현실 앞에는 늘 무기력하며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밖에 생각하지 않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반면 수희는 작가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지요. 동경대생이지만 스스로 그 특권을 포기하며, 어떤 권위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킵니다. 수희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은 창의적인 사람이 왕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학교와 사회의 모순을 보여 주려는 작가의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요. (에가와 타츠야는 수학선생님 출신인데, 아마 교사생활에서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을 이 작품에 불어넣은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직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민이나 수희가 변할 수도 있겠죠. (재미있는 것은 에가와 타츠야가 '동경대 이야기'와 동시에 연재하고 있는 '골든보이' 에서는 강성민이 수희같은 인간형으로 탈바꿈했을 때를 가정하고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역시 국내에 동일한 제목의 해적판이 나와 있으니, 아쉬운대로 감상해 보시길...) 몇 달 전, 일본에 갔을 때, 그동안 짤리고 먹칠된 해적판으로 봤던 게 억울해서 원판을 찾아봤는데, 와~ 강성민(무라카미)의 자위장면이 무지무지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라카미는 자위하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버릇이 있는 듯...) 뭐, 근데 너무 자주 나오니까 별 느낌없이 그냥 재치로만 여겨지더라고요. (역시 숨기는 것이 더 나빠요!)


피뢰침 (2000. 8.)

< 출처 : http://pirechim.com/review/review-list.htm >

< 해랑이曰 >

이만화는 일본에서 34권완결로 예전에 이미 모두 나온 상태지만.. 우리나라에는 예전에 "캠퍼스 러브스토리"라는 해적판만화로 나온 18권정도까지가 전부...

뒤지다보니 일본원본 34권을 모두 찾을 수는 있었지만.. 일어다보니.. 뭔소린지 알 수가 있어야지 원... ㅡ.ㅡ;

어디 일본어 번역잘하는 사람 없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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